거침없이 상상하라

눈에 보이고 몸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 브랜드 매체인 세상, 무엇을 상상하든 현실이 된다.

 

1998년 혜성처럼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을 많은 사람들이 아직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수에 찬 눈빛과 스트레이트 매직펌이라도 한 듯 단정하고 정갈한 머리결을 가진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어색한 CG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애니메이션 동작과 참으로 촌스럽게 잘 어울렸었다. 좋게 말해 시대를 앞서간 아담은 처음 등장했을 때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을 뿐 그 인기는 지속되지 못하고 높은 인지도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아담과 같은 사이버 캐릭터는 여전히 뜬구름 잡는 존재일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 게임 시장의 발전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엄청난 발전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스마트폰 모바일 시장의 발전으로 대중이 접할 수 있는 매체의 종류는 무궁무진해졌다. 보다 화려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보여주는 CG 기술의 발전과 언제나 접할 수 있는 매체의 다양화로 인해 좋든 싫든 오디언스는 더 이상 일차원적 매체를 통해 접하는 단순한 영상 미디어에 커다란 감동과 새로움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한 오디언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미디어의 핵심 요소, 즉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실시간 경험 기술, ‘게임 엔진’이다.

 

 

FPS(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터) 게임 개발을 목적으로 발전해온 게임 엔진은 VR, AR, 그리고 애니메이션 시장이 발전되어가면서 렌더링 영역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으며 더 이상 단순히 게임 개발에만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을 넘어섰다. 때와 장소, 미디어의 경계를 허무는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구현하는 게임 엔진은 오디언스에게 제작자가 의도한 변하지 않는 콘텐트가 아닌 즉흥적이며 인터랙티브한 경험으로 시각 뿐 아니라 오감의 만족을 선사하는 콘텐트를 제공한다. 현재 이러한 실시간 기술은 더 이상 예전의 아이들 놀이동산에서나 접할듯한 어색한 CG와 인터랙티브 콘텐트가 아닌 실사와 구분하기 어려운 사실적 묘사와 경험을 그대로 오디언스에게 전달해주는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3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컨퍼런스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공개된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가상 캐릭터 사이렌(Siren)은 가장 인간에 가까운 사이보그라는 극찬을 받으며 이러한 게임 엔진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용자가 사이렌과 연결된 VR 장비를 착용해 표정을 짓거나 동작을 취하면 실시간으로 모든 표정과 행동을 그대로 재현한다. 사이렌은 정말 SF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올 법한 가상현실 세계의 생명체 그대로였다.

 

 

게임 엔진을 이용해 사용자가 자신만의 가상현실 세계를 창조, 변형, 발전시키는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이 마인크래프트 또한 이제는 게임의 관념을 넘어 하나의 세상으로 자리잡았다. 그 안에서는 수많은 브랜드 사업, 마케팅 등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경제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그 영향력 또한 이제 현실 세계에서 무시 못할 정도로 규모가 자라났다. 오히려 반드시 고려해야 할 마케팅의 분야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가상 캐릭터와 세계관 중심의 콘텐트는 SNS에서도 화재를 일으키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라 불리는 슈두(Shudu)와 미켈라(Miquela)가 그 주인공인데, 이들은 백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는 SNS 인플루언서다. 이들의 특별한 점은 게임 엔진과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모델, 즉 가상 캐릭터라는 사실이다. 현실과 동떨어지고 어색한 예전의 아담과는 달리, 매력적인 괴리감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비함으로 팔로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CG기술이 단순한 기술 구현을 넘어 사람들에게 예술적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게임 엔진과 3D 기술을 이용해 현실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하고 다양한 콘텐트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게임 엔진 기술을 활용한 가상현실의 세계가 많은 매체와 마케팅, 그리고 사회의 전반적인 분야를 대체할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을 다 현실로 이루어 주는 세상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현실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

 

 

by Sungwon Kim

Chief Designer

sw@stone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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