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내가 아닌 당신을 보여주는 일

브랜드를 만들고 소통하는 일을 합니다. 나이의 앞자리 수가 두 번이나 바뀌었을 정도의 시간을 말이죠. 그런데 최근 브랜드라는 세계의 큰 틀이 변하고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19’ 1. 직방은 지난해 10대 건설사보다 많은 광고비를 집행했던 행보와는 달리 올해 1월 ‘어디에 살든 나답게 살자’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브랜드 매거진 디렉토리를 발간.

18’.12. 신세계 빌리브(villiv)는 ‘라이프스타일먼트’를 이야기하며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온라인 매거진 미디어를 런칭, 삶의 가치를 상승할 수 있는 ‘좋은 집’에 대해 고민의 과정을 진솔하게 전달.

18’ 8. SK D&D 테이블(t’able)은 ‘소셜 아파트먼트’라는 부제와 함께 ‘혼자 살더라도 외로운 건 싫은’ 사람들을 위한 집을 표방하며 주거와 커뮤니티 라운지를 결합.

18’4. MINI는 “자동차를 넘어 도시인의 삶과 문화, 이동수단에까지 영향을 주는 어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할 것”이라고 선언. 도미니크(Dominick)는 MINI KOREA가 글로벌 MINI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만든 온라인 매거진 플랫폼으로 이른바 시대 정신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클래스’ 집단을 공략한 새로운 형태의 서브 브랜드.

브랜드는 이제 ‘살아가는 것’과 동의어입니다.

이들은 더 이상 소비자를 위해 어떠한 집, 어떤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지 않습니다. 경험에 대한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뿐,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데 더 공을 들입니다.

고객이 어떤 문화생활을 향유하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상품을 내놓듯 그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라이프스타일을 향한 행보인 것이죠. 동굴과 광장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공간이 등장하고, 그 곳에서 새로운 일이 탄생하고, 소유하지 않아도 풍요로운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생활방식은, 21세기를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어하는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일 것입니다.

세상과의 접속은 ‘나다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마케팅은 브랜딩 이후 순차적으로 고민되었던 액티베이션 플랜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브랜드들은 그 후속 작업들이 브랜딩 기획과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브랜드를 불변하는 이념이 아닌 삶에서 매 순간 경이를 찾아가는 긴 여정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죠. 즉 세상의 변화하는 흐름을 그대로 마주하며 ‘나다움’을 바라보고 있다는 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방적인 주장은 고집이 됩니다. ‘나다움’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존재 안의 수 만가지 색채를 지닌 광야를 들여다 볼 차례입니다.

세상과의 접속이 오히려 ‘나다움’과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이는 그만큼 세계를 수용하는 능력이 커졌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상으로부터의 끊임없는 자극, 의미 있는 세상과의 충돌, 이것이 브랜드를 성장시킵니다.

소셜 아파트먼트 t’able은 기존의 셰어하우스와는 달리 주거와 커뮤니티 공간을 별개의 층으로 분리해 개인주의적이면서도 함께 즐기고 싶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공간입니다. 여기에 요가 클래스, ‘테이블 살롱’, ‘테이블 나이트’ 등 취향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콘텐츠 마케팅 그 자체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습니다.

신세계 빌리브(villiv)는 신세계가 만든 라이프스타일 주거브랜드로 오늘날 집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 고민의 과정을 담는 온라인 미디어를 런칭했습니다.
‘좋은 집=좋은 주거=좋은 삶’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통해 기왕이면 좋은 집을 짓고자 하는 진솔한 행보를 보여줍니다. 소비자에게 답을 주는 것이 아닌 관찰을 통해 세상의 질서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죠.

직방이 내놓은 디렉토리(Directory)’ 매거진은 1-2인 가구 라이프스타일과 다양한 형태의 집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를 통해 직방은 그 삶의 방식을 공감하고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집을 선택하는 기준이 가격, 지역, 교통, 크기가 아닌 내 삶에서 행복을 주는 요소들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죠. 그리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질문을 세상에 과감히 던지며 답은 세상 속에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MINI는 이제 더 이상 자동차를 말하지 않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인 미니멀리즘이 미래 도시에 어떤 역할을 할지, 자동차가 돌아다니는 도시, 소비자의 생활이 녹아들 도시의 미래를 고민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도시인들의 휴식처이자 가장 기본 공간인 주거공간에 표현합니다. 거주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또한 MINI가 추구하는 주택 디자인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인 도미니크(Dominick)는 미니 피플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한 곳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 속 사회구성원을 위해서 MINI는 멋지게 문제를 해결하며 콘텐츠 브랜딩으로서의 가장 완전한 원형을 실천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하이 코리빙 스페이스(Co-living Space), 런던 어반캐빈(Urban Cabin), 밀라노 브리드(Breathe)

흘러야 튀어 오르는 탄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150개 정도 있는 과르니에리(Guarnieri) 바이올린은 온도, 습도, 객석의 열기에 반응하는 예민한 악기입니다. 그래서 매번 신비로운 긴장감을 주죠. 이 속에 들어있는 수 만가지 색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러한 성격의 과르니에리를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천만 번 준비를 해도 모든 연주는 즉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브랜드도 과르니에리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 그 날의 열기와 호응에 따라 수없이 반응하죠. 그래서 브랜드는 멈추지 않고 매순간 세상과 교감하고 호흡하며 흘러야 합니다. 삶이 리허설이 없는 것처럼 브랜드의 모든 행보는 그 순간만큼은 즉흥적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세상과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변화하는 존재이어야 합니다. 변하는 세상 속에 있기 때문에 견고한 성으로 되어 있는 본질 안에 가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대는 과거처럼 고정된 언어는 잘 맞지가 않습니다. 매년 1년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초기 기획과 제작에 온 힘을 쏟는 대신 세상을 운용하는 원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질과 가치를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한계 지워지지 않을 순수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익숙한 것에 새로운 낯선 것을 결합시킬 때 이는 오히려 브랜드 고유의 문화를 구체화시키는 에너지가 됩니다. 이질성은 열린 자세를 만들죠. 그만큼 우리의 감각을 열어 두어야 합니다.

흐름 그대로를 마주해야 변화에 제대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 속에 있어야 언제든 튀어 오를 수 있는 탄성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것은 부드럽습니다.

그래야 유연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꺾이지 않을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김세연

Brand Creation Group Verbal Content Director

sey@stonebc.com

previous post 브랜딩으로 불황 뛰어넘기
next post 브랜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

thanks for your subscription

구독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