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OS는 1978년 미야타 사토루가 설립한 광고 회사인 Draft에서 만들어진 제품디자인 회사이다. 실제로 광고에 필요한 제품이나 프로모션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업체들과 협업을 하다가 그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고싶어서 직접 회사를 설립하게 된것이 D-BROS의 시작이다. D-BROS의 제품은 동화 같은 일러스트레이션이 특징인데, 그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제품들의 대부분이 굉장히 필요하거나 실용성이 썩 좋아보이는 물건이 아니지만 간단해 보이는 디자인으로 묘하게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다.
그래픽디자이너가 만든 제품 디자인.
실용성 보다도 마음을 흔드는 디자인.
이 두 문장만으로 D-BROS의 성격과 컨셉을 정의 할 수 있을까.
D-BROS의 제품들을 보면 100% 디자이너를 겨냥한, 디자이너가 디자이너를 위해 만든 제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용성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큰 이유가 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피규어를 모으는 사람 혹은 한정판 코카콜라를 모으는 사람들이 실용성만을 이유로 그것들을 구매하고 또 만족하지 않는 것처럼 실용성보다는 감성적인 측면이 강한 D-BROS의 제품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따스한 그리고 포근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
이런 D-BROS의 제품 디자인을 총괄하는 아트디렉터가 바로 우에하라 료스케(Uehara Ryosuke)와 와타나베 요시에(Watanabe Yoshie) 이다.
▷D-BROS의 두 아트디렉터. 우에하라 료스케(좌)와 와타나베 요시에(우)
우에하라 료스케는 타마 미술대학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독학했다. 졸업 후 광고 디자인 회사 드래프트에 입사하여 현재 광고 디자인 디렉터이자, D-BROS의 아트 디렉터로도 활동 중이다. 와타나베 요시에는 현재 우에하라 료스케와 함께 D-BROS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중이다. 그래픽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제품 디자인뿐만 아니라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편지지 등 다양한 종이와 인쇄 기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동화적인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직원이 20명 남짓한 소규모 디자인 회사인 D-BROS가 홍콩, 런던, 스위스, 독일 등 여러 나라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의외의 소재로 간단하게 만든 것 같지만 신선하다’는 것이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비닐로 만든 ‘플라워 베이스’와 종이로 만든 시계 ‘타임 페이퍼’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D-BROS의 플라워 베이스]
플라워 베이스는 꽃병 형태의 비닐 위에 그래픽 패턴을 입힌 제품인데, 2003년부터 만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매년 새로운 패턴으로 선보이는 베스트셀러 아이템이다.
다양한 사이즈와 매력적인 패턴들을 적용할 수 있고 대량생산이 쉬운 데다 해외 배송도 간편하다. 그리고 어느 누구나 쉽게 자신들의 공간을 풍성하게 꾸밀 수 있으며, 유리가 아니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만지더라도 다칠 염려도 없다.
[D-BROS의 타임 페이퍼]
타임페이퍼는 포스터처럼 시계를 벽에 압정으로 고정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말 그대로 종이 시계이다.
D-BROS는 이 타임페이퍼를 판매할때 부피를 줄이고 간단하게 배송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결국 종이를 두 번 접어 판매하게 되었다. 종이이기때문에 시계에 접힌 자국이 고스란히 남게 되었는데, 오히려 사람들은 접힌 자국이 종이로 만든 시계라는 특징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이는 지나치게 가공되고 정제된면이 적지않은 현재의 디자인만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는 않는다는 면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본 기능은 시계이지만 그래픽적인 요소를 겸비했기때문에 포스터로써의 역할도 가능하며, 종이재질이기 때문에 기둥이나 벽의 코너를 이용한 자유로운 공간구성이 가능하다.
[D-BROS의 티컵세트]
가장 최근 선보인 제품으로 하사미 도자기에서 만들어진 티컵 세트. 컵받침에 화사하고 다양한 패턴이 있고 컵은 백금과 금보다 귀한 금속 희귀 팔라듐로 코팅되어있다. 이는 미러링 효과를 이용한 티컵세트로, 받침대에 있는 패턴이 팔라듐이 코팅된 은빛의 컵에 비쳐, 음료를 마실때 그리고 내려놓을 때 마다 패턴이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준다. 미러링효과를 가진 제품의 완성도는 컵 표면이 작은 왜곡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장인의 손을 거친 섬세한 수작업을 통해 완벽한 컨디션으로 만들어진다.
[D-BROS 일본 매장]
D-BROS는 우리에게 물을 마시는 컵이 아닌 이야기를 마실수 있는 컵, 책갈피가 아니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꽃 한 송이를 선사한다.
별 것 아닌 그저 사소하고 작은 부분이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그리고 그런 작은 마음의 움직임이 일상에 지친 우리의 삶에 따스한 감동으로 돌아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까지 수치와 결과물로 평가받고 지나치게 정돈되고 정제된 너무나 똑똑한 디자인을 잠시 내려두어도 좋을 것 같다. 다가오는 이번 봄에는 D-BROS처럼 심리적으로 치유받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디자인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