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ING
브랜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

남성성에 반기를 든 질레트의 이유있는 변화

2019년 1월, 글로벌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Gillette)’의 새로운 광고가 공개되면서 연초부터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The Best A Man Can Get(남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것)’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약 30년간 미녀의 키스 세례를 받는 강하고 멋진 남성을 이야기하던 질레트가 이제는 ‘그 남성성’에 대한 반문을 제기하는 광고를 선보였기 때문인데요.

‘The Best Men Can Be(당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남성)’이란 새로운 슬로건을 선보인 질레트는 그간 ‘남성성’이란 가치 아래 방관했던 여러 폭력적인 상황과 언행 등에 대해 지적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변화의 때가 왔음을 이야기합니다.

<We Believe: The Best Men Can Be | Gillette (Short Film)>

그간의 행보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린 이 광고에 당연히 많은 남성들이 분개했고, 일부의 행동을 가지고 남성 전체를 비난한다며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질레트는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예상했다는 듯 ‘광고를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이 광고가 많은 열정적인 대화를 촉발시키는 것을 안다. 이를 통해 최고가 된다는 것이 뭔지 우리가 멈춰서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광고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마케터로서, 우리는 ‘Modern Manhood’에 대한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이 ‘남성’에 대한 인식과 표현에 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질레트는 보여지는 모든 채널에서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기대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을 약속한다. 광고를 비롯해 SNS에 사용하는 이미지와 단어의 선택 등에서 존중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Gary Coombe, president of P&G Global Grooming >

질레트의 이러한 태세전환이 너무 급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이처럼 스스로가 정해놓은 틀을 시대적 맥락에 맞춰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 하는 브랜드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니워커의 Striding Man이 여자라면?

‘위스키는 남자가 많이 마신다’는 통념을 반영하듯,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는 오랜 시간 ‘Striding Man’이라 불리는 중절모를 쓴 남성을 브랜드 로고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랬던 조니워커가 2018년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중절모를 쓰고 바지를 입은 여성, ‘제인 워커’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이것이 단순히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변화였다면, 최근 브라질에서 선보인 캠페인은 보다 더 진보된 형태를 보여줍니다.

언제나 외롭게 전진하던 그가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등장한 것이죠. 디아지오가 브라질에서 새롭게 선보인 ‘Striding Hu[man]s’ 캠페인은 전설적인 ‘Striding man’이 완전히 다른 실루엣들로 진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성과 소수자, 예술가와 구두쇠, 그리고 장애인까지. 조니워커는 ‘Striding Hu[man]s’ 캠페인을 통해 처음으로 Striding man이 혼자 걷지 않고, 모든 계층의 사람들과 함께 ‘동행’하는 그림을 그립니다. 본래의 의도와 역사성을 뛰어넘어 그들의 Striding man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것이죠.

Keep Walking. 과거의 영광 없이도,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을 얻은 셈이랄까요. 시대를 담은 담대한 변화. 조니워커의 ‘Striding man’은 더 이상 혼자 걷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브랜드가 과연 좋을까?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변하지 않는 브랜드’라는 것은 언뜻 듣기에 참 좋아 보이는 말입니다. 그러나 정말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브랜드가 사랑 받을 수 있을까요? 시간은 흐르고, 시대는 변하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도 변해갑니다. 브랜드는 결국 그 시대의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호흡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고 과거의 언저리를 맴도는 브랜드는 시간에 추월 당해 밀려나기 마련이죠.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메시지의 반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질에 대한 진부한 반복이 아닌, 본질에 대한 창조적 복제. 시대적 맥락과 우리 브랜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오디언스를 고려해 브랜드의 Originality에 대한 끊임없는 재해석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변하지 않는 가치(브랜드 Originality)를 늘 변화된 모습과 경험으로 전달할 때, 이 시대와 한 호흡으로 나아갈 수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슬기

Brand

 

Brand Creation Group Verbal Content Senior Consultant

seulgi@stone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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