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얼마 전 스톤의 새로운 고객사인 A사와 계약을 앞두고 A기업의 대표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와 관련해 시도한 그간의 시행착오를 덤덤하게 털어 놓으시면서 계약에 앞서 궁금하고 우려되는 부분을 조용히 말씀하셨죠. 지금까지 편하게 장사해왔지만 이제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렸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시고 길을 찾으려 했습니다. A대표님은 기술과 숫자가 중요해진 시대에 어찌보면 지난 산업시대의 역군과 같은 투박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말은 편하게 장사해 오셨다고 했지만 서투른 말 안에 시퍼런 내공은 고스란히 비쳤죠. 열정적으로 달려 오셨지만 잡아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 역시 알고 계셨습니다.

적은 고객군이었지만 기존 고객의 30%가 충성 고객에 가까웠습니다. 사업을 단단하게 해오신 것을 반추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도 (본인은 문외한인 일이라고 하셨지만)새로운 일들과 그에 필요한 새로운 사람들의 핵심은 분명하게 짚고 계셨습니다. 신규사업 확장 역시 신규고객 확대가 아닌 기존 고객을 더 탄탄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합니다.

저는 고객사와 만나는 자리에서 논리나 기술 같은 걸로 누구에게 질 자신은 별로 없지만 이런 분에게는 말을 아끼는 것이 상책입니다. 신중해야 하지요. 잘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서 가연장치처럼 떠들던 입을 닫고 A대표님의 이야기를 신중하게 들었습니다.

이야기 말미에, A대표님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특히나 무형의 지식 서비스에 대해서는 가격 협상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제안을 해오는 과정에서 스톤의 실무진들은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더 가격을 낮추려고 많이 고심했는데 더 높였어도 됐다고 고객사가 말씀하니 동료들은 허무와 감탄이 뒤섞였습니다. 저는 반대로 오히려 가격을 더 낮춰서 제안 드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후에 이 고객사와는 한 단계 발전된 비즈니스로 재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지요. 

같은 날, A 대표님을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통화로 또다른 클라이언트인 B사와 비용 협상이 이어졌더랬습니다. 벌써 오랫동안 진전이 없는 비용 합의 논쟁이었죠. 콘텐츠의 가치를 이해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B사와는 이미 많은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만 정작 B사의 운영진들을 이해시키는 일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이럴 땐 별수 없습니다. ‘이건 내 사업이다. 이건 내 사업이다.’ 하고 스스로 주문을 걸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무슨 장인도 아니면서 집요하게 콘텐츠 퀄리티 고집을 피우는 에이전시 담당자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매출의 표피에 있는 상품 보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더 집중하는 에이전시가 당최 곤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싶다가도 A대표님 같은 분을 만나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듯도 싶은 것이죠.

Show me the money!

어느 밤, 신 내림 같은 각성을 한 제리 맥과이어는 자신이 소속된 스포츠 에이전시에 클라이언트(스포츠 선수)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소수의 고객들에게 진실한 태도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인간이다라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비전(mission statement)을 발표하지만 그 날 아침에 장렬히 회사에서 짤립니다.

저는 아직 이 영화같은(이 아니라 영화지요) 제리 맥과이어의 비전을 ‘현실적으로’ 믿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것 말고 제가 클라이언트의 매출과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떡 같이 만든 거 찰떡 같이 팔아달라는 마케팅 일이 싫어서 목수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만 마케팅의 본질은 본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마 제리 맥과이어가 말한 것에 답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진심과 본질.

"괜찮은 사람 없습니까?"

십수 년 동안 서른 개가 넘는 업체의 일들을 해오면서 하나같이 업체 대표나 관리자들은 제게 묻습니다. “김피디님, 주위에 괜찮은 사람 없습니까?”

그렇게 경기가 어렵고 구직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는데 어쩜 기업들은 이토록 ‘그 누군가’를 찾아 헤매고 있을까요? 아마 제게 여쭤 본 그 보직의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어야 했겠지요. 조직의 키를 돌릴 수 있는 사람, 수렁에 빠진 사업부를 구할 수 있는 사람, 월급쟁이가 아니라 자신과 기업의 수익을 쟁취해 내는 사람, 아니 단지 제발 부디 좀 ‘똑똑한’ 사람(실제로 많은 대표님들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과연 어디 있을까요? 조직의 관리자들이 요청한 ‘그 누군가’를 저는 한번도 쉽게 추천 드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그 누군가가’ 필요해졌습니다. 정확히는, 스톤이 필요해졌지요.

콘텐츠 마케팅 전문가 채용

콘텐츠 마케팅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들을 구하는지는 채용 페이지에 보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기술과 경험은 중요하지만 사실 몇 만을 만들고, 몇 십 만을 만들고, 숫자는 딱히 유심히 보지 않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아보신 분이라면 그 숫자가 포트폴리오의 첫 번째 헤드라인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걸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대신 다른 게 궁금합니다. 가장 최근에 새롭게 경험한 미디어가 무엇인지, 넷플릭스에서 재밌게 본 시리즈와 이유는? 유튜브 구독 채널들은? 자기 돈을 내고 구독하는 콘텐츠가 있는지?

저는 운이 좋게도 다양한 업의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해왔습니다. 그 누군가가 스톤에 온다면 아마 그렇게 되겠지요. 로마 병사의 갑옷처럼 휴고보스 그레이 수트를 장착한 증권맨들도, 타투 잔뜩인 패션 브랜드 실장들도, 아나운서와 같이 칼같은 직립의 자세를 유지하는 AE들도 모두 각자의 장단점이 있습니다만 결국 진심으로 그 일에 빠질 수 있는 사람보다 더 나은 인재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건 허물에 불과할지도 모르지요. 그게 시작입니다.

증명하기 어렵겠지만, 결국 남다른 통찰과 감각이 일을 어나더레벨로 견인할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것(그게 세계든 콘텐츠든 사람이든)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호기심으로는 안 될 것 같아요. 어떤 분야고 아직 면접을 보면서 호기심이 없다는 분은 뵌 적이 없거든요. 그렇다고 금사빠를 뜻하는 것은 아니고, 느리더라도 신중히 세상을 보고 세밀하게 사랑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A사 대표님 같은 분을 만족 시킬 뿐 아니라 본인도 남다른 성취를 가져올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B사의 콘텐츠를 동종 업계와 다른 층위의 뉴 비즈니스 모델로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져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가 세상을 채워갈 것입니다. 더 나은 콘텐츠로 세상을 채워 나가면 (조금이라도)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제리 맥과이어 같은 해고각의 헛소린가요?

동의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 누군가’ 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해경

Content Marketing Lab Director

hara@stonebc.com

당신의 감각을 깨우고 비즈니스에 영감을 줄 내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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