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혹은 개인적으로 새롭게 누군가를 만나서 관계 맺기를 시작할 때, 종종 이렇게 묻곤 합니다. “인스타 하세요?”라고. 그리고 그 사람의 인스타에 접근했을 때 알게 되는 것은 그의 취향과 일상 뿐 아니라, 그 취향과 일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받는지에 대한 소셜 네트워크 영향력이라는 것은 SNS를 매일 들락거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입니다.
어쩌면 세상은 ‘좋아요’를 누를 수 있는 ‘좋아요 버튼’이 존재했던 세상과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으로 나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일평균 좋아요 수가 25억개를 상회한다고 하죠.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수십번도 넘게 SNS에 접속해 자발적으로 좋아요 클릭 노동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죠. 최근 인스타그램 측에서는 자신들의 소셜 플랫폼이 관심중독을 일으키며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적인 피로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특정 국가부터 ‘좋아요 클릭 수’를 가리는 방안을 시험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이 세계의 경제가 얼마나 많이 ‘공감’에 의존하는지를 반증해주고 있는 것으로도 보여집니다.
‘좋아요’ 버튼이 존재하기 전의 페이스북은 친구와 대화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메신저’가 주요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좋아요’ 버튼을 달기 시작한 순간 페이스북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광고 플랫폼이자 이커머스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연결’을 가능케 한 플랫폼을 토대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감 경제(Like Economy)’의 시작을 알린 것이지요. 대가족이 저녁 시간이면 함께 거실에 모여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광고를 보던 매스 미디어의 시대를 지나 수많은 유튜버의 채널을 구독하며 언제 어디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파편화된 미디어의 시대로 돌입하게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사는 것이 경제의 큰 축을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공감 경제는 SNS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우리가 즐겨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을 생각해보죠. 관찰 예능은 특정 연예인 혹은 개인의 일상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의외성과 재미,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공감을 사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그런 예능에 어떤 포인트가 공감 경제라는 것일까요? ‘나혼자 산다’, ‘삼시세끼’ 등 사람들이 즐겨 보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기획 방향이 얼마나 참신한지,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 출연자들이 나오는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만약 ‘자막’이 없다면 어떨까요?
스페인 하숙에 출연한 이태리 출신 할아버지 순례자가 생김치를 흡입하며 느끼는 감정을 ‘쿠아앙’ 이라든가 ‘어느새 수염 변색’ 등의 자막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느끼는 재미는 반에 반도 안되지 않을까요. 60분 방송 동안 우리는 초단위로 뜨는 자막과 화면의 스토리를 매칭하면서 그 사람의 행동의 이유에 웃고 공감하며 다음 회차를 기다리게 됩니다. 다음 회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프로그램의 광고 단가와 수익은 당연히 올라가겠지요.
브랜드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획하거나 브랜드의 광고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공감경제는 그 힘을 크게 발휘합니다. ‘불맛’이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하고 있는 푸드 브랜드가 있죠. 바로 버거킹입니다. 버거킹은 최근에 반려견 전용 간식 ‘독퍼(dogpper)’를 출시했습니다. 결혼하지 않는 1인가구가 급증하면서 베이비 마켓은 성장이 침체된 가운데 ‘펫’ 시장은 연 6조원의 시장 규모를 보이며 ‘펫코노미’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이니 푸드 브랜드가 반려견 전용 간식을 내놓았다는 것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반려견 간식의 ‘컨셉’과 그 컨셉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공감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상황이 바로 자극적인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한술 뜨려고 할 때 코를 들이대는 반려견의 킁킁거림과, 그 음식을 못 먹게 했을 때의 반려견의 실망한 표정일 것입니다. 버거킹은 그 점에 착안, 단순히 건강한 원료로 만든 간식이 아닌, ‘불맛’ 나는 반려견 간식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광고 영상의 시작 또한 우리가 공감하는 바로 그 장면입니다. 불맛 와퍼를 한입 배어물려는 순간 불쌍하게 쳐다보는 반려견의 눈빛으로 말이죠. 버거킹은 말합니다. 당신이 우리의 와퍼를 크게 한입 배어물 때, 더이상 반려견에게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요. 독퍼와 함께라면 말이죠. 라고 말입니다.
프린트 베이커리(Print Bakery)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리미티드 에디션 작품을 부담없이 소장할 수 있는 가격에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디지털 판화 형태로 기록해서 한정 수량을 찍어낸 후 판매하는 방식으로, 몇만원대부터 100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됩니다. 물론 이러한 컨셉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비즈니스의 주체가 다양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유통하는 서울옥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서울옥션이 기존에 하던 방식 그대로 소수의 부유층의 아트테크 (미술품의 현재와 미래 가치를 통한 재테크)를 돕는 비즈니스 방식에 머물렀다면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생각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자가 소유자이든 전월세족들이든 이제 사람들은 집을 단순히 재테크나 투자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닌, 충분히 나다운 공간이자 온전한 정신적 쉼을 위한 곳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공간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바라볼 때마다 영감을 주는 미술 작품을 집에 걸고 싶은 마음들의 총량은 커져가고 있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가격과 소수의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한계가 존재했죠. 서울옥션은 이런 수많은 이 시대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해 디지털 판화 한정 수량 판매라는 방식의 비즈니스를 고안했고, 그 컨셉에 ‘공감’한 사람들로 인해 비즈니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미디어의 시대에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을 잡아두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경제 원칙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중심에 ‘공감력’이 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비즈니스 설계자이기에 앞서 한 사람이 속한 세계의 ‘공감자(empathizer)’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당신의 브랜드, 마케팅, 비즈니스에는 얼마나 깊고 섬세한 공감의 설계도가 구축되어 있습니까?
김혜원
Brand Creation Group Strategy Director
heywon@stone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