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ING, STRATEGY
낯설게 보면 브랜드에 날이 선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 르네 마그리트 –

르네 마그리트

처음 이 문장과 그림을 만났을 때 느꼈던 낯설음에 대한 감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것은 파이프인데, 파이프가 아니라니요. 어린 시절 주로 했던 놀이 중에 하나가 단어 하나를 골라 그 단어를 무한 반복해 곱씹다 보면 그 단어가 낯설어지며 본래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경험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낯설게 본다’는 것에 오래 전부터 매력을 느껴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은 친숙한 사물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 러시아의 문학가 빅토르 시클롭스키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의 문학자들은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라는 문학 용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관습에 무디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대상을 친숙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렇게 ‘낯설게 하기’를 통해 친숙함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을 발견하도록 했던 것이죠. 세상을 낯설게 보는 일은 문학에서 뿐 아니라 브랜드와 마케팅 세상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데에도 강한 효익을 발휘합니다.

삶은 계란의 친구는 소금만이 아니에요 - 삶은 계란의 변신, “페키쉬 (Peckish)”

뉴욕 맨하탄에서 시작된 페키쉬는 삶은 계란이라는 평범하디 평범해 마지 않은 식품을 ‘낯설게 봄’으로써 ‘즐거움’과 ‘다양성’의 가치(value)를 배가해 새로운 의미의 식사와 구독경제까지 이르게 된 브랜드입니다. 보통 삶은 계란을 먹을 때 우리는 아무 의심도 없이 ‘소금’을 찾습니다. 정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채 말이죠. 그래서 삶은 계란을 먹는 행위는 닭가슴살을 먹는 행위만큼이나 재미없는 다이어트 또는 식사 대용품 정도로 여겨지기 마련이었습니다. 페키쉬는 ‘왜 소금만이어야 하는가’라는 ‘낯선’ 질문을 하게 됩니다. 동일한 맛을 가질 수 밖 에없는 삶은 계란을 매일 먹어야 한다면 디핑 소스를 다양하게 구비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Peckish
[5종의 다양한 맛의 DIP과 삶은 계란을 패키징해 판매하는 식품 브랜드, 페키쉬] (이미지 클릭시 브랜딩 케이스로 이동)

페키쉬는 말합니다. “Eggs Reimagined” 라고. 우주선을 개발하는 것도 아닌 삶은 계란을 판매하면서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평범한 소재이기 때문에 살짝 낯설게 본 결과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준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페키쉬는 디핑소스와 삶은 계란을 매칭해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판매하는 일을 넘어, 삶은 계란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시피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스토리를 생산해낼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Peckish
[디핑 소스 맛 별로 다양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보일드 에그 레시피 콘텐츠] (이미지 클릭시 브랜딩 케이스로 이동)

게임과 가구가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IKEA와 UNYQ의 콜라보레이션

게임은 철저히 온라인 세상의 산물이며, 가구는 철저히 오프라인 세상의 물질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세상에 존재하며 절대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게임과 가구가 만났다면 어떨까요? 세상에는 20억 명의 게임 유저들이 있지만 게임 그 자체의 재미와 콘텐츠의 화려함에만 집중되어 있을 뿐 게임을 하는 사용자에 집중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이를 포착한 스웨덴의 가구브랜드 이케아는 미국의 의료장비제조회사인 UNYQ와 협업해 게임 유저들을 위한 제품 라인 UPPKOPPLA를 런칭했습니다.

[게임 유저들이 건강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이케아의 새로운 제품 라인, UPPKOPPLA] (이미지 클릭시 브랜딩 케이스로 이동)

UPPKOPPLA는 스웨덴어로 ‘온라인(online)’을 의미합니다. 온라인 게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게임 유저들이 게임을 보다 편하고 건강한 자세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가구가 3D Printer로 제작되는 가구이기 때문입니다. 15분만에 주문이 가능하고, 5시간 안에 제조가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손목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Wrist band부터 게이머 손가락의 물리적 확장처럼 느껴지는 key cap까지] (이미지 클릭시 브랜딩 케이스로 이동)

왜 가구는 의식주라는 기본적인 생활 반경에만 한정되어야 할까? 라는 낯선 질문에서 시작한 UPPKOPPLA. 이 낯선 질문은 게임과 가구가 절대 만날 수 없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기회 시장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먹을 수 있는 패키지의 의식있는 수프 브랜드, 수프 컬쳐 (Soup Culture)

수프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어린 시절 읽었던 영혼의 닭고기 수프라는 책이 떠오르네요.오랜 시간 뭉근히 졸이고 끓여 진한 맛을 내는 수프를 도자기 그릇에 한가득 담아 후후 불며 먹는 느리고 여유있는 수프 타임이 연상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새롭게 불고 있는 ‘수프 문화’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수프컬쳐. 말 그대로 새롭게 수프를 먹고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수프컬쳐는 정확히 이 시대 밀레니얼들이 원하는 간편하고(convenient), 건강하며(healthy), 의식있는(conscious) 새로운 수프 브랜드입니다.

Soupculture
[아이스크림 콘처럼 먹을 수 있는 패키지의 수프 브랜드, 수프컬쳐] (이미지 클릭시 브랜딩 케이스로 이동)

아침식사를 잘 한다는 것은 좋은 하루의 기점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젊든, 나이든 사람들 모두에게 말이죠. 하지만 아침 잠 또한 너무도 중요한 행복입니다. 든든하고 따뜻하게, 하지만 오랜 시간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불편함 없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수프 컬쳐 또한 ‘수프는 꼭 한 자리에 앉아서 느리게 먹어야 하는 걸까’ 라는 ‘낯설게 보기’를 통해 새로운 기회 영역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요?

Soupculture
[다양한 채소를 활용해 먹을 수 있는 수프컵을 만든 의식있는 브랜드 수프컬쳐] (이미지 클릭시 브랜딩 케이스로 이동)

아이스크림콘으로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던 것처럼, 수프컬쳐의 수프 패키지가 그렇습니다. 맛있고 따뜻한 수프를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듯 걸어다니며 먹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수프컵은 먹을 수 있는 스낵입니다. 수프는 크래커나 빵과 먹어야 제맛이죠. 쓰레기가 남지도 않죠. 수프 컬쳐의 포터블 수프를 먹어보고 싶어 우크라이나에 방문해보고 싶을 지경입니다. 이 정도 되면 수프계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낯설게 보면 브랜드에 날이 선다

당연해 보이는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것. 당연해 보이는 것에 낯선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혁신이 시작됩니다. 친숙함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 준비가 되었는지요? ‘낯설게 보기’로 ‘날이 선’ 브랜드를 꿈꾸며.

김혜원

Brand Strategy Director

hyewon@stonebc.com

당신의 감각을 깨우고 비즈니스에 영감을 줄 내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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