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를 이어 이제는 Z세대에 대한 화두가 뜨겁습니다. 그럴수록 조용히 그것도 가장 빠른 속도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세대도 있죠. 바로 고령화 시대의 시니어 세대입니다.
2060년에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1%가 65세 이상이 될거라 합니다.
그런데, 어른은 많아지는데 정작 어른을 위한 어른다운 브랜드는 별로 없어보입니다.
케어의 시선보다 #건강한 공존
나이가 들수록 헤아림과 아량이 절실해지고 점점 그런 어른 같은 사람이 좋아집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죠. 세월을 살아온 깊이만큼 함께 깊어지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만큼 젊은 세대들도 그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정서적인 호흡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세월의 결을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브랜드에는 격이 다른 독보적인 아우라가 흐르죠.
벤츠의 글로벌 캠페인 #GrowUp은 몇 년이 지나도 아직도 그 울림이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품기 위한 캠페인이었지만 시니어 세대와의 ‘함께의 성장’을 이야기함으로써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었죠. 전통적인 가치에 대해 시니어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이러한 규칙과 삶의 방향을 재정의함으로써 세대 간의 건강한 공존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진짜 어른이 가지는 건 훤히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날선 비판이나 지적이 아니라 씩 한번 웃어주며 어깨 한번 두드려주는 아량이죠. 순간 가슴에 뜨거운 숨 훅 뿌려지는 느낌입니다. 그 정겨운 침묵이 얼마나 어렵고 깊은 내공이 필요한 일인지 경험해 본 사람은 다 알겁니다. 말로 하면 바스라져버릴 수 있는 순간을 자애롭고 절제된 눈빛으로 건네는 깊이있는 헤아림이죠. 맑고 강한 자존감에서 발현되는 모습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좋은 안목을 가진 잘 자란 어른은 밀레니얼 세대도 원하는, 그들이 어울리고 영향을 받고 싶어 하는 선배이자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시니어는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며 함께 성장해가는 동등한 ‘주체’로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죠.
시니어를 타겟으로 레트로 감성의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클리셰는 변화를 거부하고 브랜드 스스로를 점점 현재와 멀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시니어가 아닌 #‘이 시대의 어른’을 위한 우유 [PERENNIAL]
미국의 시니어를 위한 식물성 우유 브랜드 PERENNIAL은 시니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the New Age, the Modern Adult로 이들을 정의하고 단순히 ‘건강’한 삶이 아닌 건강을 기반으로 ‘자기 주도적이고 멋진’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우유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브랜드 네임에도 ‘케어, 실버’등의 키워드가 아닌 ‘지속되는, 영원한, 다년초’의 중의적인 언어로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과 확장성을 담아냅니다.
PERENNIAL은 50 세 이후 삶의 놀라운 잠재력을 믿기에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식물의 힘을 이용하여 세계 성인의 영양에 보다 깨끗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하고자 하죠. 나이 듦에 대해 타협하지 말고 식물의 힘으로 당신이 뉴 에이지를 즐기라고 이야기합니다. 노화에 대한 보다 개인화되고 사려 깊은 접근 방식을 찾고 50 세 이상의 시니어에 대한 의미를 재정의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우유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레시피 매거진을 발행함으로써 좀 더 순간을 근사하고 풍요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을 권하고 제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챙기는 세심한 배려를 담아냅니다.
타겟 오디언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태도 역시 이 시대의 어른답게 대담하고 당당하면서도 여유와 따뜻함을 잃지 않습니다. 나이 듦에 대한 마음가짐은 젖은 장작 타듯 힘겹게 거쳐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아닌 홀가분한 여정으로 바뀌는 순간이죠.
시니어가 되면 기꺼이 PERENNIAL 브랜드를 마주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그들은 ‘이 시대의 어른’을 존중하고 건강하게 공존하는 법을 아는 듯 해서요. 나의 진정성을 존중해주는 이들 앞에서 이리저리 따져보는 일, 어리석어 보입니다.
타협이 아닌 시니어를 위한 #라이프스타일의 설계
기존 사업의 확장 개념에서 시니어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려 하는 것이 아닌, 기존 사업의 틀을 벗어나 시니어 타겟 오디언스의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으로 한 새롭고 그 자체로 완전한 개념의 설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신체기능이 약해진 시니어들을 위해 시니어 전용 푸드를 기획했다면, 그들이 속한 사회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그들이 편하게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경험의 여정까지 함께 설계가 되어야 하죠. IoT로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는 서비스를 마련하고, 기능 중심의 제품 정렬이 아닌 건강 리듬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카테고리를 재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잊어버리지 않게 서브스크립션으로 소비방식을 개선할 수 있고, 간편주문이 가능하도록 유통 통신 금융이 동시에 해결되는 새로운 플랫폼을 생각할 수도 있죠. 여기에 시니어를 위한 보험 보안서비스 등이 결합되면 플랫폼의 활용범위는 더욱더 다양해질 것입니다.
잠시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해 본 한 예시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비즈니스의 목적을 당장의 제품 판매 증대에 두는 것이 아닌, 시니어의 삶이 더욱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아집니다.
곡마다 다른 느낌과 다른 정서적인 충만함을 전달하듯, 시니어를 위한 비즈니스는 다른 숨을 쉬게 하는 경험이 되어야 하죠.
Anti-aging이 아닌 #Aging-well을 위한 자기 긍정성의 언어
시니어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건, 과거의 단절을 규정하는 제 2의 인생의 시작이라는 말도 아닌, 미래의 빛나는 나를 위해서도 아닌, 지금의 나를 잘 보듬고 살피며 지금을 향유할 줄 아는 자기 긍정성의 언어입니다.
나이 듦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멋있게 무르익어가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진짜로 지켜야 할 것은 ‘지금의 나라는 사람, 그 자체’여야 하죠. 나이들어서 약해지는 노인이 아니라 나이들수록 싱싱해지는 어른으로, 삶의 궤적을 선명하게 남기는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말입니다.
– 케어의 시선보다 #건강한 공존
– 시니어가 아닌 타겟 오디언스에 대한 #새로운 정의
– 타협이 아닌 시니어를 위한 #라이프스타일의 설계
– Anti-aging이 아닌 #Aging-well을 위한 자기 긍정성의 언어
자기 긍정성을 지키며 자기 주도적인 삶을 이끌어가는 ‘이 시대의 어른’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진정성을 존중하고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어른다운 브랜드들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냅니다.
당신이 늘, 옳아요.
김세연
Creative Director
sey@stone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