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vs 오디언스
일반적으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은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상품을 댓가로 재화를 획득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반면,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 아니라 고객 창출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말인 것 같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고객을 창출하고 고객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기업을 유지하고 이윤을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고객 창출은 시대가 지날수록 쉽지가 않습니다. 물욕을 부추기는 광고도, 잃게 될 기회를 볼모로 한 협박도 잘 통하지가 않습니다. 디지털 환경의 발전으로 인해 소비자는 ‘더 나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에 능통해졌습니다. ‘더 나은’ 제품은 ‘더 나은 가치’를 더 크게 내포하게 되었지요. 이미 상품과 편의가 차고 넘쳐나는 21세기입니다. 실제로 소비자는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구매하는 것이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여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객 창출은 점점 더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먼저 창출해내야 하는 것은 고객이 아니라 가치를 들어줄 수 있는 오디언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오디언스와 소비자는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상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광고로만 소구하기 힘듭니다. 88%의 소비자는 더이상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죠. 광고를 정크로 생각하는 비율도 상당수입니다. 하지만 가치는 여전히 콘텐츠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정확히는 일차원적인 제품의 가치가 아니라 제품을 둘러싼 가치죠. 예컨대, 어떤 가치로 이 제품을 만드는지, 이 제품을 쓸 사람들에 대해서 제조사가 얼마나 고민을 했고, 실제 그런 사람들의 편에 서 있는지, 기술적으로 또 미적으로 얼마나 인사이트가 있는 브랜드인지 보여주고 타겟 오디언스가 수긍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수긍하여 브랜드의 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갑을 열기 전에 먼저 소비자를 움직여야 하는데 그 움직여야 할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우리는 오디언스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 오디언스는 브랜드와 상품을 옹호하는 대상입니다. 모든 것이 모방하기도, 만들기도 쉬운 세상입니다. 누구나 쉽게 온라인 스토어를 차리고 ‘장사’를 시작할 수도 있는 시대입니다. 그로 인해 소비자의 변별력에서 상품과 브랜드의 ‘가치’는 다시 한번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단편 구매가 아니라 상향 구매와 확장 구매, 그를 넘어 상품을 홍보하는 대상이 된다면 기업으로서 그 대상의 가치는 단순 구매자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크지요. 물론 상품을 구매하거나 소유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 스테이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포르쉐 911을 소유한 사람들만으로 포르쉐의 팬덤이 형성될 수는 없겠죠. 구매하지 않아도 팬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역시 중요한 가치를 지닌 대상입니다.
즉, 기존 마케팅의 기준으로 구분하자면 잠재 고객과 단골 고객을 아울러 오디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홍보, 광고 마케팅과 세일즈, 고객 관리에서 분리되었던 잠재 고객 > 구매 고객 > 단골 고객에 대한 프로세스는 다시 정의되는 것이 마땅하며,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생애 주기에 걸쳐 이루어져야 합니다. 분절된 방식과 대응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변화하는 이들을 하나의 개체로 바라보고 그들의 가치를 창출해는 것이 지금 마케팅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대상을 더이상 소비자 또는 고객이라는 범위가 아닌 오디언스라는 범위로 규정하려고 합니다.
오디언스가 가지는 가치
예컨대 오디언스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이 당장의 구매를 이루어 내는 활동이 아닌데 왜 그 ‘마케팅’에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반대로, 당장 구매로 전환해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마케팅’을 계속 구사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그런 분야가 여전히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그것이 지속가능한 방법론인지 재고해봐야 할 것입니다.
오디언스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그것도 잘 만든 콘텐츠가 필요하지요. 이 콘텐츠는 당장의 구매를 이뤄내는 콘텐츠와는 조금 다릅니다. 이를 구분하는 한 가지의 기준만 제시하자면, 오디언스 육성을 위한 콘텐츠는 기업의 반영구적인 ‘자산’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산이 쌓이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단편적인 캠페인을 통한 마케팅 비용 지출과 간극이 벌어지게 됩니다. 쉽게 말하자면, 마케팅 비용을 점점 줄여나갈 수 있습니다. 매출 효과는 더 커지면서 말이죠.
마케팅 비용을 응당 지출해야 하는 비용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산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으로서는 두 가지 자산이 생기죠. 마케팅의 역할을 하는 콘텐츠 자산과 그로 인해 창출되는 브랜드의 팬 즉, 오디언스 자산.
오디언스는 매출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마케팅 비용을 감소시키며, 충성 고객이 되어 매출을 확대해줍니다. 이윤 창출의 측면에서만 보면 그러하지요. 직접적인 이윤 창출 이상으로 오디언스가 당신에게 더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의 위상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매출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가 될 것입니다.
당신의 회사가 오디언스에게 콘텐츠와 상품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주는 댓가로 말이죠.
오디언스는 어떻게 만드는가
정확히는 ‘고객 창출’과 같이 ‘창출’ 해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찾아야 합니다. 아니 찾아오게 해야 합니다.
기존 마케팅에서는 소비자 needs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제품에 대한 어떠한 니즈를 가진 사람들에게 그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제품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이 구매로 전환할 수 있는 마케팅의 방법이었죠. 지금도 대부분의 마케팅은 그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콘텐츠 마케팅을 구현하는 간단한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이폰 실리콘 케이스가 필요한(needs) 사람들에게 ‘아이폰 실리콘 케이스’ 라고 쇼핑앱에서 검색했을 때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방법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콘텐츠 마케팅은 needs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unmet needs를 더 중요시합니다. 휴대폰 케이스가 필요한 사람들, 즉 구매 확률이 높은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기존의 마케팅에 비해 콘텐츠 마케팅은 아이폰 케이스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충족하길 기대하는 오디언스를 대상으로 합니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콘텐츠 발행이 필수가 되지요. 거기서 거기인 실리콘 케이스의 차이점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게 아니라 아이폰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임을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폰 사용 팁이나 숨겨진 기능, 다양한 어플 사용 조합, 아이폰으로 찍은 필름, 아이폰을 애정하고 사용하는 다양한 상황의 노출 등. 만약 이런 콘텐츠에 노출된 대상이 있다면 그리고 그 대상이 위와 같은 콘텐츠로 인해 자신의 아이폰 사용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면, 그렇게 당신의 콘텐츠로 인해 당신을 신뢰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심지어 실리콘 케이스가 필요하지 않아도 그 콘텐츠를 발행하는 브랜드의 케이스를 일부러 사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들이 ‘실리콘 케이스’의 구매를 위해 검색하는 단계에서 그들을 놓쳐서는 안 되겠죠. 브랜드에 대한 아무런 신뢰도 없는 다수의 ‘실리콘 케이스’ 검색 대상자가 아니라 당신의 브랜드 콘텐츠를 신뢰하는 사람들이 ‘실리콘 케이스’를 검색하게 되는 타이밍을 캐치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광고는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빛을 발합니다. 정확하게 그 자리에, 그런 가치를 중요시 하는, 그런 사람에게, 정중히 권하게 되지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단지 실리콘 케이스의 장점을 광고하는 브랜드와 비교해 얼마나 큰 구매 전환 확률을 가지게 될까요? 심지어 그 과정이 누락되어 있더라도 위의 콘텐츠 구독자들만으로도 구매 전환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오디언스를 구축하는 일반적인 절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상품과 브랜드의 차별화된 가치를 정의한다.
차별화된 가치가 없다면 일단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단지 잘 팔릴 것 같아서 만들어 낸 제품 조차도 ‘누구’에게 잘 팔릴 거라 예상한 것인지, 그 ‘누구’에게는 어떤 점이 도드라져 보일 것인지 집요하게 정의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내부 뿐 아니라 외부의 시선과 의견도 충분히 경청합니다. 거창한 가치가 아니라 단단한 가치가 중요합니다.
2. 그 가치에 부합되는 사람들을 정의한다.
‘새로움을 갈구하는 20대 여성 고객’ 과 같은 정의는 불특정다수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심플한 아이폰 케이스를 원하는 20대 여성’ 역시 일차원적인 needs만을 담고 있습니다. 일차원적인 요구가 아니라 발견하지 못한 요구를 가진 사람들을 포함해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상시 여러분이 ‘저 사람이(브랜드가) 나를 이해하고 있구나’라고 끄덕였던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3. 타겟 오디언스의 구매 여정을 규명한다.
그 대상은 구매시에 친구에게 의견을 많이 물어보는 타입이가요? 검색을 많이 하나요? 검색이라면 네이버인가요? 구글인가요? 아님 인스타그램에서만 찾아보지는 않나요? 가치 비교를 할 때 가격을 비교하나요? 그 보다 우선인 가치가 있나요? 실제 매장에 가서 꼭 물건을 확인하는 타입인가요? 온라인 쇼핑앱의 장바구니에 넣어놓은 상품을 어느 타이밍에 구매하나요?
구매 여정을 규명하는 일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대상이 중요시 하는 가치를 정확히 정의한다면 실제의 구매 여정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설정한 구매 여정에서 우리는 데이터를 산출해냅니다. 그 신빙성을 확인해나가며 여정을 정교화 해나가는 것이죠.
4. 각 구매 여정과 unmet needs를 통해 이들에게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밝혀낸다.
각 구매 여정에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직접적인 needs 전에 그들의 잠재 요구를 건드릴 콘텐츠가 무엇인지 밝혀내 그에 적합한 콘텐츠들을 기획/제작해야 합니다. 요컨대, ‘아이폰 실리콘 케이스’ 가 아니라 ‘아이폰 한 손 타이핑 방법’ 에 대한 검색 결과에 더 주목해야 할 수 있습니다.
5. 오디언스가 지속적으로 상품 또는 브랜드를 옹호할 수 있는 구독 모델을 만든다.
처음 타겟 오디언스가 콘텐츠에 접근하게 되는 일은 분명 일회성 행위이지만 그것이 지속적인 행위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방문자에게 계속해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제공해줄 수 있을 거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콘텐츠를 통해 증명해야 할 것이고, 나아가 방문자가 당신의 콘텐츠를 구독하겠금 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합니다. 거기에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하고, 데이터를 통해 그 상상력을 현실로 밀착시키는 일이 필요하지요.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수단은 단연코 콘텐츠가 될 것입니다.
Build Your Audience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Forrester의 제프 언스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지 않는다. 회사가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을 산다.”
콘텐츠 마케팅에서 콘텐츠는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발행됩니다. 그로 인해 Leads를 얻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소비 욕구에 대한 (갈증이 나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갈증에는 우리의 콜라를 마시세요’라고 이야기하는)대답만을 준다면 그리고 그러한 마케팅만을 고수한다면 수익의 입지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정의 내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환경이 되었습니다. 매스 미디어는 지난 시대의 말이 되어 버렸고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것을 취득할 수도 있는 세상이죠.
당신이 어떤 스토리에 매혹 되듯, 다른 사람도 어떤 스토리에 매혹이 됩니다. 브랜드는 매혹적인 스토리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다양한 백데이터와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상품 얘기에 앞서 매혹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을 왜 망설여야 하나요?
1~2년 내로 비즈니스를 정리할 생각이 아니라면(이번만 팔면 그만인 것처럼 파는 행위, 저는 그러한 마케팅을 ‘창고대방출’ 마케팅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여러분의 비즈니스의 오디언스가 누구인지 규명하고 그들을 불러들여, 로열 오디언스로 전환하는 것은 중요한 비즈니스의 키가 될 것입니다.
콘텐츠 마케팅은 바로 이 오디언스를 찾아내고 브랜드의 로열 오디언스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이번만 팔면 그만인 것처럼 파는 마케팅 행위가 아니지요.
김해경
CMO
hara@stone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