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은 오후 5시 불그스름한 햇살과 짙은 회색의 그림자가 만나는 벽과 벽 사이.
골목길은 울퉁불퉁한 바닥 위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아기를 업은 할머니들의 놀이터.
골목길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가만히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조용한 선술집의 불빛.
골목길은 빨간 조명 아래서 방황하는 청년들의 안식처…”
– 영화 ‘중경삼림’ 골목
도시민이 생각하는 골목길의 느낌과 이미지는 각기 다를 것이다. 무엇이 우리의 골목길 이미지를 만들어 낼까? 각자의 기억, 혹은 각각의 인식 속에 있는 모방된 이미지들이 재구성되어 나의 골목길이라는 텍스트를 만들어 낸다. 골목길이라는 작은 단위에도 수없이 다양한 상징과 이미지들이 섞여 있는데, 도시라는 거대한 범위의 유기체는 어떻게 특정한 상징과 이미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성’, ‘로컬’, ‘동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들이 도시문화에서조차 중요한 가치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등, 도시의 삶과 문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논의되고, 각각의 도시에 맞는 얼굴과 정체성이 입혀지고, 그에 기반한 도시설계와 재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활발한 움직임 가운데에서, 도시의 성격을 정의하고 그 미래를 계획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뭔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혼재성”. 도시의 특질이자 매력이면서도, 한가지 성격의 상징과 이미지로 정의하고 표현할 수 없는 도시의 혼재성이라는 특성이 각각 너무나 다른 시간의 층위 속에서 복잡하게 형성되어 섞여 있는 반면, 우리가 현재 통용하려고 하는 도시의 상징과 이미지들은 너무 빠르고 단편적으로 정의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근대사회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한 ‘도시’라는 공간은, 이윤창출을 위해 공간의 사용가치와 소유권을 물질적 교환가치로 치환한, 즉 경제학적 논리로 편성된 사물성이 팽배한 곳이었다. 그렇게 편성된 물리적 공간 속에서 도시민과 자연의 움직임, 온갖 관계가 만들어내는 유기체적 상호작용이 뜨거운 도시문화를 형성했다. 인위적인 계획으로 형성된 물리적 공간 안에서, 구성원들의 성격이 담긴 문화가 혼재하는 곳, 그렇기에 도시의 모습을 해석하여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은 일련의 체계적 해석과 계획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도시는 역사와 전통, 다양한 주체들의 시간의 흔적이 축적되고 경험의 이미지가 섞여있는 공간이자, 정신적인 무형의 것이 유형의 물질로 쌓이고 표현된 집합체이다. 이 집합체 속에 혼재한 다양한 모습을 해체하고 각각의 상징을 재구성하는 것부터 우리가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가치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할 것이다.
발터 벤야민은 파리를 산책하며 도시의 이미지와 기호들이 구성하는 상징을 해체하고 기록했고, 이는 도시와 도시문화에 대한 온갖 해석으로 확장되었다. 이것이 도시 브랜딩의 첫번째 단계일 것이다. 살아 숨쉬며 자연발생적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목적에 맞게 계획되기도 하는 도시에게, 자신만의 얼굴과 몸을 찾고 가꿔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기존의 모습을 해체하고 각각의 상징을 풀어 재구성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시문화의 원류를 찾아내고 도시민들이 각각의 일상을 느낄 수 있도록 도시에게 공공의 공간성과 생명력을 회복시켜 주어야 하지 않을까.
Jihy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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