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만화가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다가 브랜딩 회사에서 캐릭터를 창작하고 있는 나름 특이한 이력이 있다. 캐릭터 디자인은 나에게 만화가와 디자이너 사이 중간 지점 정도 되는 분야로 느껴졌고, 기업에 있어서는 브랜드의 얼굴이자 홍보대사가 되어주는 매력적인 요소로 여겨졌다. 그런 캐릭터가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의 관점에서 왜 캐릭터에 주목해야 하는지 한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캐릭터와 소비자의 특성을 이해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할 아이디어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금부터 왜 캐릭터에 주목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야흐로 캐릭터 전성 시대
요즘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캐릭터 소품 하나쯤 안 가진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문구나 인형 등 전통적인 캐릭터 상품은 물론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캐릭터 마케팅을 펼치면서 일상 속에서 캐릭터를 쉽게 접하게 되었다. ‘캐릭터 = 아이들 장난감’ 이라는 공식이 깨진지도 이미 오래다. 더불어 최근 복고 열풍과 함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어른아이’ 즉, 키덜트 문화가 부상하면서 캐릭터 소비자 층이 아이에서 성인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숫자로 보는 캐릭터 열풍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 중인 국내 캐릭터 산업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 지난해 11조 573억원으로 성장했다. 1990년대 캐릭터 산업 규모가 1000억원대였다고 하니 그 성장세가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2005년 2조원 대에서 2015년 10조 807억원으로 처음 10조원을 넘어섰으며 연평균(CAGR) 16% 이상 꾸준히 성장한 셈이다. 캐릭터 부착 여부가 상품 구매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려 54.5%에 이른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캐릭터산업백서)
기업들의 캐릭터 활용
과거에 키즈 타겟 제품 등 특정 산업에만 활용하던 캐릭터가 이제 뷰티, 패션, 교육, 식품, 음료 등 인간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며 다양한 산업에 경계 없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캐릭터가 어린이나 특정 소비자의 문화가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고도의 마케팅 도구로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기업들이 유명 캐릭터에 대한 사용권 계약을 맺거나 콜라보레이션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유명 캐릭터를 활용하면 단기간에 매출을 높이는 데는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타사와 차별화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자체 캐릭터를 개발하면 자신들만의 독창성을 가진 캐릭터를 소유함으로써 제한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에 캐릭터를 브랜드의 고유한 자산으로 바라보고 잘 만들어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인지도를 키워 나가는 것이 점차 많은 기업의 관심사가 되어가고 있다.
브랜딩 관점에서 ‘캐릭터의 강점’은?
다른 시각적 브랜딩 요소인 CI, BI 등과 비교해 캐릭터만이 가진 강점은 무엇일까? 원론적 이야기이지만 이를 짚어보면 캐릭터를 브랜딩 요소로 활용하는데 있어서 견지해야 할 방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브랜딩 요소로서 캐릭터의 강점을 아래의 6가지로 요약해보았다.
적용성: 대상의 특징을 간결하게 응축한 시각물이기 때문에 다양한 매체에 적용이 쉬움
생명력: 캐릭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음
표현력: 브랜드의 특성과 이야기를 외모에 반영하거나, 행동이나 말투로 표현할 수 있음 (스토리텔링에 용이)
친밀성: 대상을 의인화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보다 공감이 쉽고 이로 인해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함
주목성: 다른 콘텐츠에 비해 풍부한 이미지와 강한 개성으로 인해 쉽게 눈에 띄고 기억에 남음
확장성: 원소스 멀티유즈(OSMU)에 적합한 콘텐츠로서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해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함
이처럼 다양한 장점이 있는 캐릭터는 과거에도 TV를 비롯한 전통적인 대중매체 광고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다. 그런데 모바일의 대중화와 맞물려 뉴미디어와 네트워크 플랫폼들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이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방식도 더욱 폭넓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시대의 변화와 함께 캐릭터를 소비하는 대중의 생각과 취향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캐릭터의 어떤 점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걸까?
브랜드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는 시대 – 캐릭터는 효과적인 자기 표현 수단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예쁘고 이색적인 제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미적으로 친숙하거나 재미있는 제품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캐릭터를 디자인에 반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캐릭터가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이미지와 잘 맞을 경우 캐릭터를 적용한 제품 디자인이 브랜드에 대해 친숙하면서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사람들이 브랜드를 통해 자기표현을 하려는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개성 또는 이미지를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통해 나타내는 것이다. 만약 선호 브랜드가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면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자신의 개성과 이미지를 대변해주는 캐릭터가 있기에 사람들은 거기에 더 관심을 쏟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히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와 충성도가 높아지게 된다.
캐릭터를 좋아하는 어른들, 키덜트(Kidult) 시장의 성장
국내 키덜트 시장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콘텐츠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키덜트 시장 규모는 2014년 5천억원대에서 해마다 20%씩 성장해 지난 해 1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키덜트는 어린 아이들과는 달리 소비 여건을 가지고 있는 성인들이기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이들을 불황 속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키덜트가 열광하는 핵심분야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피규어와 인형 등으로, 과거 캐릭터를 어린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상황이 바뀌고 있다.
가볍고 빠르게. 공유와 확산이 용이한 콘텐츠의 중요성 대두
20억 이상의 인구가 인터넷과 모바일로 연결된 초연결의 시대에 넘쳐 흐르는 정보와 이미지는 소위 ‘스낵컬쳐’(Snack Culture)로 대변되듯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또한 경기가 불황일수록 감성을 자극하고 가벼우면서도 즐겁고 유쾌한 이슈를 찾는 경향이 있는 소비자 심리는 캐릭터가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요소와 맞아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화려하고 풍부한 이미지와 강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는 빠르게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관심을 끌 수 있고, 그 이미지들을 쉽게 공유할 수 있어 콘텐츠로서 확산성이 높다.
기술의 진보와 맞물려 점점 더 중요하게 대두되는 ‘인간화’
모바일 플랫폼, 증강현실, 옴니채널, 로봇 공학,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과학/기술적 진보를 맞이하고 있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간이 설 자리, 즉 인간이 가진 고유한 감성과 인간만이 가진 창조능력이 점점 더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캐릭터는 ‘인간화’에 방점이 있는 인간을 닮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대적 변화 상황에서 점점 더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캐릭터를 활용한 ‘아바타’(Avatar) 마케팅이 그러했고, 현재 우리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캐릭터 이모티콘을 통한 대화도 ‘인간화’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접촉은 사람을 통한 물리적 만남이 아니라 웹사이트를 통한 기계적 만남이다보니 무엇보다 ‘인간화’가 중요하며, 다양한 캐릭터가 그 인간화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로봇 애완견이나 로봇 조수는 친근한 캐릭터의 모습을 입고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본다면 캐릭터는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임을 알 수 있다. 캐릭터의 인기는 단순히 귀엽고 예뻐서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닮았고 교감할 수 있는 존재를 찾는 인간의 본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인 것을 안다면 앞으로 점점 ‘인간화’가 중요해지는 미래 시대에 ‘인간을 닮은 콘텐츠인 캐릭터’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브랜드가 소비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과 더 많이 교감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브랜드에 매력적인 얼굴을 그려주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부여해줄 수 있는 멋진 캐릭터를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당신의 브랜드로부터 인간적인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게 한다면 더이상 시니컬한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의 충성스런 팬(Loyal Fandom)으로 대중을 변화시키는 것도 더이상 꿈만은 아닐 것이다.
You can design and create,
and build the most wonderful place in the world.
But it takes people to make the dream a reality.
-Walt Disney
Teo Lee
Brand Content Lab Creative Director
teo@stone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