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ING
당신은 무엇을 지지하십니까?

로고, 폰트, 컬러, 네임, 컨셉, 간판, 브로셔, 점원의 의상 디자인, 점원의 말투, 홈페이지 스타일…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소는 맘먹고 쪼개보자면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고르라면 그것은 무엇일까? 마케터 개인이 맡은 업무 영역에 따라서는 입장이 다를 수 있겠으나, 브랜드를 만들어 가며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브랜드를 어떻게 키워가고자 하는가에 대한 마음과 태도’, 즉 ‘컨셉’이다.

컨셉이 중요하다구요? 누가 그걸 모르나요?

그렇다. 누구나 다 안다. 컨셉이 중요하다는 것. 반대로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것 또한 컨셉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ACE HOTEL의 컨셉을 ‘미국의 부티크 호텔’이라 말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로컬&공유의 새로운 공간 비즈니스 모델’ 이라고 칭한다. 둘다 맞는 말이다. 중요한 건, 그 브랜드로 사람들이 모일 수 밖에 없는 ‘좋아요’, ‘또 가겠어요’라는 ‘꿀’을 뾰족히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꿀이 있어야 벌이 모이듯, 그 브랜드가 나에게 공명할 수 있는 ‘의미’가 필요하다. 멋진 씨엠송이 대뇌에 각인되어 수퍼마켓의 매대에 가서 홀린 듯 새우깡을 구매하던 시절이 아닌 지금의 브랜딩에는 더더욱 ‘의미’가 그 브랜드의 격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이자 컨셉이 된다. 그렇다면 그 의미의 ‘날’을 날서게 깎아주는 것은 무엇일까?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브랜드 하나 세상에 내놓는 것은 누워서 떡 먹는 일만큼 쉬워 보이나, 사실 하나의 브랜드를 맘먹고 탄생시키겠다는 의지를 꺾는 요인은 참으로 많다. 브랜드는 내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시장에 갑자기 넘사벽 경쟁자가 나타나서, 기업의 재무팀에서 투자결정을 내려주지 않아서. 그만큼 브랜드 하나가 세상에 태어나고 자리잡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가 필요한 것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은 휴머니즘이 작동하기엔 브랜드의 세계는 녹록치 않다. 그러나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보인다. 바로 무언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고 있다는 것.

“You are not just a person. If you have a body, you are an athlete.”
– NIKE

이제는 브랜드에 관련한 얘기를 꺼낼 때 ‘나이키’ 예시를 드는 것 자체가 식상한 일이 돼버렸지만, 나이키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규정하는 메시지는 10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다. 걷고, 만지고, 뛸 몸만 있다면 누구나 그 사람은 이 세계의 선수라는 것. 나이키가 이 세상의 모든 선수들을 위해 혁신한다는 존재의 의미는 나이키를 단순히 운동화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함께 인생이라는 Race를 달리고 싶은 친구같은 브랜드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다.

nike mission statement
[nike의 mission statement / 출처 : nike.com]

"압도적인 비일상의 세계를 짓다" - HOSHINOYA

일상에 치이고 머리가 무거울 때면 누구나 어디론가 탈출하고 싶어진다. 20-30대의 가장 큰 관심사가 ‘휴식, 힐링’이라는 통계 자료를 봐도, 디지털 세상에서 ‘오프라인’하고 싶은 사람들의 수요는 너무도 거대하다. 2005년 료칸을 개조해 본격적으로 호텔 리조트 사업을 확장해 온 호시노야는 호텔에 발을 들여놓는 그 순간부터 기존의 일상에 작별을 고하며, 완벽한 휴식과 영감을 위한 ‘압도적인 비일상’의 경험을 제시한다. 동양인, 서양인을 막론하고 로비부터 신발을 벗고 비일상의 세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점, 몰개성의 건축이 아닌 땅의 개성과 성질에 따른 조경과 건축, 게이샤의 세계를 간접 경험하는 ‘오자시키 아소비’, 사찰에서 스님들과 경을 읽고 명상을 하거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젠데라’ 체험까지. 일본에 왔기 때문에 호시노야를 묵는 게 아니라, 비일상적 체험의 끝을 맛보기 위해 호시노야를 찾는 과정을 엮어가는 브랜드. 그들이 추구하는 “압도적인 비일상의 경험”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매해 늘어나고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넘어 비일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호시노야 리조트]

"Belong Anywhere" - Airbnb

물론 에어비앤비의 창업자가 갑자기 소속감(belonging)을 주겠다고 비즈니스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처럼 자주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airbed & breakfast가 제공되는 플랫폼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무척이나 개인적인 소망에서 비즈니스는 시작되었다. 다만 에어비앤비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간 방향성을 보면 그들이 여행에서 추구하는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어여서 더 와 닿는 문장, “(여행은 여행지를 훑는 관광이 아니야) 여행은 살아보는거야”에는 그들만의 ‘반대하는 바’가 뚜렷하다. 낯선 지역, 공간에 불시착한 뻔한 관광객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아닌 그 지역과 문화, 공간에 ‘스며드는’ 감정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일. 호스트와 게스트를 검증해주는 신뢰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에어비앤비는 분명 여행자의 소속감,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정들에 집중한 브랜드가 아닐까.

[에어비앤비의 ‘belonging’ 지면 광고 캠페인]

"외치는 화장품에서 속삭이는 라이프스타일 스킨케어로" - AESOP

이제는 너무도 대중적이 되어버린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이 ‘반대’하고 ‘지지’하는 것 또한 뚜렷하다. 값비싼 트러플을 넘어 블랙트러플, 다이아몬드 가루 등 이보다 더 진귀할 수 없는 원료들을 내세워 “나 잘났어요” 하는 화장품 브랜드들과는 달리 이솝은 평범한 원료로 비범한 스토리를 일궈낸 브랜드이다. 원료는 평범할지라도 그 원료를 대하는 ‘태도’의 진중함이 이솝이라는 브랜드의 격을 말해준다. 화려함 일색이었던 여타 화장품 용기들과는 달리, 용기 컬러를 모두 ‘다크 브라운’ 컬러로 만들어 성분의 ‘변색’을 막았다. 또한 스킨케어 라인 별로 서로 다른 디자인, 컬러가 아닌 동일한 로직의 패키지로 사람들이 패키지가 아닌 ‘내용’에 집중하도록 했다.

“우리는 환경을 보호해요”라고 외치기 보다는 쇼핑백 대신 린넨 에코백을 제공하는 일, 일정 금액 기준의 기프트 세트가 아닌 자연을 연구했던 채집학자, 화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Pursuits of Passion” 기프트 세트,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똑같은 인테리어 디자인의 공간이 아닌 지역의 특징과 문화를 존중하는 스토어 스타일링, 이솝의 공간과 웹페이지, 패키지 등에 무심한 듯 적혀있는 한 문장의 울림까지. 조곤조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솝 우화의 이솝처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 역시 조곤조곤, 그러면서도 강렬히 속삭이듯 자신들이 지지하는 세상과 반대하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Aesop
[전하고 싶은 브랜드의 메시지를 quote로 전하는 독특한 이솝만의 커뮤니케이션]
Aesop
[뻔한 기프트가 아닌 브랜드의 철학을 강화하며 매년 새롭게 선보이는 이솝의 리미티드 에디션]

당신은 무엇을 지지하고, 무엇을 반대하십니까?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며 살아왔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군집 생활을 통해 위험을 회피하고 더 큰 세를 만들어온 인류의 역사와도 뗄래야 뗄 수 없는 인간의 습성이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말하듯, 무색무취의 컨셉보다는 ‘난 반댈세’의 의견을 갖는 브랜드가 더 많은 버즈(buzz)와 강한 인식을 남기는 것이 사실이다. 도무지 색깔이 가늠되지 않는 힐러리와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던 트럼프의 경쟁에서 승리한 자를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할 수 밖에 없게 하는 ‘꿀’의 내용을 뾰족하게 하고싶다면 지지하고, 반대하라. 다만 무엇을 지지할지, 무엇을 반대 할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시대가 조응하는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존중하는가? 어떤 세상을 그리고 싶은가? 희미하게라도 이에 답할 수 있다면 꿀을 찾는 가장 중요한 단서를 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존중하는 것을 찾는 일. 그리고 그것을 연구하는 일. 브랜드의 시작과 지속가능성의 다른 말이다.  

김 혜 원

Brand Strategy Director

hyewon@stonebc.com

당신의 감각을 깨우고 비즈니스에 영감을 줄 내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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