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Brand Innovation, 업계 상식을 버려야 새로운 인식의 축이 보인다.
창조적 아이디어로 시장을 새로운 축으로 나누고, 고객 인식의 기준과 행동 양식을 바꿈으로써 시장을 새롭게 창출하는 브랜드 혁신.
사실 고객 인식 기준과 행동 양식을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각을 세워 기존 경쟁 브랜드들과 대비될 수 있도록 차별화를 시키려고 해도 그 시장의 선도 브랜드를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선도 브랜드가 이미 고객들에게 가장 강력한 인식의 기준점으로 작용하여 이후 출시된 브랜드들은 선도 브랜드가 제시한 기준으로 평가되고 비교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혁신은 경쟁 브랜드가 이미 만들고 해석해 놓은 시장의 기준점에서 벗어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존 시장의 상식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인식의 축을 제시하여 고객의 머릿속에서 경쟁 브랜드를 지워야 한다. 새로운 축에서는 우리 브랜드가 선도가 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프리미엄 식재료를 큐레이션 하다: Market Kurly
지난 2015년 5월에 출시된 식재료 전문 온라인 서비스 마켓컬리는 이제는 모두가 잘 아는 사례일 것이다. 마켓컬리는 식재료 큐레이션이라는 새롭고 매력적인 컨셉을 제시했지만, 과연 이러한 프리미엄 서비스가 온라인에서 효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특정 타겟을 넘어 타겟을 크게 확장할 수 있을지 의심받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은 분명 기존 오프라인 마트라는 인식의 축, 온라인은 저렴하다라는 편견이 생각의 기준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듯 마켓컬리는 이러한 인식의 축을 새롭게 바꾸는 데 성공했고,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5년 연매출 29억, 2016년 173억, 2017년 530억을 달성하고, 결국 2018년 3월에는 연매출이 아닌 월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 3월 기준 누적가입자수 60만명, 일 평균 8,000건 이상의 주문이 이뤄지는 온라인 마트로 성장했다.
(인용: 한국영농신문. 2018.04.24. 마켓컬리, 사상 첫 월매출 100억원 돌파)
“대부분의 사람이 온라인에서 파는 물건은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프리미엄 식재료에 대한 수요가 있을까 고민이 많았지만,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면 소비자가 믿고 따라와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출처: 행복이가득한집 김슬아 대표 인터뷰내용中 2017.09.24)
진정성과 세련됨을 겸비한 시스템 혁신
70여 가지의 자체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을 엄선하고 재배자 정보를 제공해 상품에 진정성을 부여한 상품 혁신, 밤늦게 주문해도 다음날 새벽에 배송되어 기다림의 시간을 단축한 유통의 혁신, 백화점 같은 상품 포토그라피 스타일과 세련된 룩앤필, 그리고 배송 시 전달되는 패키지까지도 스타일리쉬한 디테일의 혁신 등 이슬아 대표가 말하는 이런 혁신을 위한 준비는 새로운 인식의 축을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끊임없는 디테일의 혁신
세밀한 부분에 대한 대응 또한 빠르다. 예쁘게 포장된 상품을 받을 때 기분은 좋지만 그만큼 쓰레기 처리가 고민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 재활용 처리업체에서 재활용 비닐을 회수하지 않겠다고 하여 정부가 재활용 쓰레기 대책으로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의 비닐봉지 사용금지, 유색 페트병 퇴출, 택배와 전자제품 포장기준 신설 등의 대책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을 떠나서 고객의 편의성과 현실적인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마켓컬리는 앞서서 디테일의 혁신을 하고 있었다. 이미 2017년에 선보인 ‘에코박스’는 종이박스 안 쪽에 보냉비닐을 덧대어 12시간 지속 냉장보관을 가능하게 하고, 보냉 비닐은 분리수거하기 쉽게 떼어진다. 테이프를 뜯을 때마다 나는 소리와 먼지날림까지 최소화했다.
제 3자 물류대행 서비스인 ‘컬리프레시솔루션’까지 출시한 마켓컬리. 훗날 한국의 아마존 같은 파워풀한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마켓컬리가 향후 내놓을 혁신적이고 디테일한 변화들을 계속해서 기대해 본다.
레스토랑에서 직접 따먹는 채소: Good Bank Restaurant
최근 ‘수직농장’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수직농장은 좁은 면적에서 농약을 전혀 쓰지 않으며, 식물에 가장 필수적인 양질의 영양분을 뿌리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최적의 식물 성장 환경을 만든다고 한다. 세계 농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에어로팜’의 CEO는 지난 2월 12~13일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열린 ‘글로벌 푸드서밋(미래 식품산업 정상회담)’ 강연에서 ‘도심 속 실내 수직농장이 미래 식량의 대안’이라고 단언했다. 농약이나 살충제가 축적된 토양, 황사와 중금속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가 심각한 요즘을 생각하면 수직농장이 미래 대안이라는 에어로팜 CEO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인용: http://nutriand.com/221218769802)
서울시에서도 목동 재개발 아파트단지 빌딩 2개동을 2020년까지 상업목적의 재배장으로 개조하며 이 곳에 수직농장인 ‘버티컬팜(Vertical farm)’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국내에서 수직농장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던 중 우리나라에도 이런 스토어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새로운 인식의 축을 제시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런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2016년 독일에 오픈한 good bank 레스토랑
수직농장을 식당 안으로 들여와 그 자리에서 바로 딴 채소를 즉석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한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겉에서 보기엔 여느 식당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대형 수직농장이 있다. 즉석에서 신선한 채소를 따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신선한 재료, 유기농 재료로만 음식을 만듭니다’와 같은 이제는 많아진 레스토랑 컨셉과는 달리, 실제 신선한 채소가 자라고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따먹는 경험을 추가해 새로운 경쟁의 판을 제시한 것이다.
굿뱅크의 공동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반드시 요식업에 도전하고는 싶었는데 개념이 모두 식상하더라고요. 진정한 음식을 원하는 차세대를 위해 뭔가 색다른 것이 필요했죠.”
(출처: 월드뉴스 굿뱅크 공동대표 에마폴린 인터뷰내용中. 공동대표 에마 2018-02-19)
“도심 속으로 농사를 들여온 것이죠. 특히 요즘은 음식과 그 근원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니까요.”
(출처: 월드뉴스 굿뱅크 공동대표 레오나드로 페르가리 인터뷰내용中. 공동대표 에마 2018-02-19)
고객들의 반응은 좋다. 채소는 당연히 먼 골에서 재배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뜯어 먹으니 좋고,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맛이 정말 좋다는 반응들이다.
(인용: 월드뉴스. 2018-02-19.http://m.obs.co.kr/news_view.php?id=1083780#_enliple)
신선한 채소를 농가와 직접 연결해 배달시켜 먹는 것을 넘어서, 채소가 자라는 토양과 영양분까지 보장된 수직농장으로 고객이 직접 채소를 따먹는 특별한 경험까지 더한 것이 새로운 발상이다. 앞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로의 확장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축을 제시한 사례인 것 같다.
마켓컬리와 굿뱅크 레스토랑 모두 기존에 생각하던 준거틀에서 벗어난 과감함이 돋보이는 브랜드들이다. 온라인 프리미엄 식재료 판매로 시작해 다양한 상품까지 확장하여 프리미엄 마트로 자리매김하고, 직접 따먹는 채소로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차별적인 축을 만들어냈다.
작은 것에 대한 집중과 과감함
이러한 새로운 인식의 축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과 고객을 세심하고 면밀하게 살피고 거기에서 새로운 니즈를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켓컬리나 굿뱅크 역시 경쟁자들이 집중하지 않은 작은 니즈였고 성공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시장이었지만, 그 작아 보이는 시장의 고객들에게 집중하여 이런 성공적 결과를 낼 수 있었다.
규모에 상관없이 얼마나 고객들에게 집중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가에 따라 원래의 규모가 커질 수도, 영향력이 강력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Kino Lee
Vice President
kino@stone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