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여성의 날을 맞이해 애플의 홈페이지에 세상에 영감을 주는 여성들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애플은 확실히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차고에서 만들었는지 몰라도 지금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신념을 믿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창업자의 아이디어 하나로 브랜드가 완성될 수 없습니다. 그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오디언스를 확보하고, 이들과 함께 움직일 때만 존재 가능하게 되었지요. 당신의 브랜드는 세상과 호흡하고 있나요?
얼마 전 발표된 BTS의 새 앨범이 전 세계의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고 하죠. 신곡 발표 족족 세계적인 인기를 거머쥐게 된 BTS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가수, 래퍼, 댄서 등 아티스트들이 가장 콜라보레이션 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국내에도 그에 못지않은 불패의 ‘브랜드’가 있지요. 바로 팔도비빔면입니다. 처음에는 레시피를 축으로 한 골뱅이 등 동종 시장의 제품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했지만 지금은 패션, 뷰티 등 그야말로 시장의 바운더리를 가차 없이 파괴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 브랜드의 의사결정권자들을 설득한 실무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 ‘오디언스’만을 바라보는 브랜드들의 모든 콜라보레이션에 경의를 표합니다.
우리가 기술을 통해 누리는 1차적인 혜택은 편리함이지만 정보화 시대를 넘어가고 있는 지금 기술의 중요한 혜택은 ‘연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연결을 통해 더 인간적인 것, 더 공감을 유발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죠. 정확히는, 기술을 이용하는 인간이 추구하고 있는 가치입니다. 연결과 공감. 인간은 처음부터 그걸 바라왔습니다. 새삼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지요. 당신의 콘텐츠는 무엇을 향해 있나요?
자산이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로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을 뜻합니다. 마케팅이 단지 매출 확대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자산 운용에 관한 전략이라면 여러분은 콘텐츠를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요? Content is the new black!
“Designed to be deleted.” 단지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술책이 아닙니다. 제품의 철학이면서도 진정 이 제품의 사용자를 위한 메시지라면 사람들은 기꺼이 제품을 애정합니다. 당신이 만드는 제품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데이팅 앱 Hinge의 목적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자신들의 앱이 지워지더라도 말이죠. Hinge wants you to find love, even if it kills us.
이름이나 로고로 우리는 쉽게 브랜드를 구분 짓곤 합니다. 허나 로고 때문에 브랜드를 사랑할 수는 없죠.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단지 기획의 산물일 리가 없어 보입니다.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를 ‘기획’ 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은 단지 운에 따라야만 할까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자신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라. 그게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이제 그것을 브랜드에 고스란히 치환해도 좋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없듯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애원하지 말고!). 사람을 생각하듯이 브랜드를 생각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잠재고객(관심을 가질 수도 있는 대상)을 브랜드와 상품에 완벽히 경도되게 하는 마케팅의 기술들을 볼 때면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나이키와 애플의 몇 마케팅 캠페인들은 열정에 관한 광휘한 동의를 끌어내며 단지 ‘잠재고객’이 아니라 ‘세상’으로 하여금 브랜드로 경도되게 하는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여기, 인종차별에 관한 고질적인 증오를 아름다움으로 대체하며 세상을 포용하는 캠페인이 있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본질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름을 짓고 비주얼 상징을 만들어 통용하는 것도 역시 본질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눈에 쉽게 보이는 게 아니죠. 소신 있게 자신을 드러내고, 함께 하는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매력 있는 서사를 담아내는 것이, 시대를 뛰어넘어 ‘본질’을 보여주는 방법은 아닐까요? 상품은 그 본질의 결과일 뿐입니다. 상품을 위한 본질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본질이 투명하게 만져지는 시대에 살고 있거든요.
스트릿 패션은 브랜드의 가치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장인이 만들어서도 아니고, 절대적인 디자인 차별성 때문도 아닙니다. 핵심 타겟층이 공유하고 따를 수 있는 가치가 ‘형성’된다면 그 브랜드의 이름이 붙는 것만으로 스트릿계의 잇템이 되곤 합니다. 그러한 브랜드에 콜라보레이션이 잇따르는 이유도 라벨을 붙이는 것만으로 그 가치를 쉽게 공유/전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안티 소셜’한 브랜드의 전략이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브랜드가 있습니다.
우리는 잘 만들고도 사장된 제품들과 콘텐츠들을 지금까지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지지 않은 제품과 콘텐츠를 단지 마케팅을 통해서 극복한 사례는 그보다 희박하지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품을 포함한)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이 우선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소비자는 그 진위를 확인하기 수월한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운영자의 부정 오류와 마케터의 긍정 오류들을 극복하고, 잠재 고객과 예상 고객을 좀 더 명확히 구분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오디언스’에 그 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